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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일지 — 4월 4주차: 철학을 세우고, 실사용자의 눈으로 다듬다

매일기도는 무엇을 파는 서비스인가

이번 주 전반에 가장 오래 고민한 질문입니다.

지금까지 매일기도는 "기도제목을 기록하고 관리하는 도구"였습니다. 기도제목 CRUD, 공동체 기능, 중보기도 피드, 통계… 기능 목록은 꽤 길어졌는데, 정작 "이 서비스가 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 한 문장으로 답하기 어려웠습니다.

기도제목 관리만 놓고 보면 메모 앱이나 카카오톡 나에게 보내기로도 됩니다. 굳이 매일기도를 쓸 이유가 없는 거죠.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 매일기도는 기도제목 관리 도구가 아니다.
> 기도생활에 대한 결심과 결단을 파는 서비스다.

기도하면 기쁨과 평안이 찾아옵니다. 주님 앞에 나아간 시간을 후회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문제는 기도 자체가 아니라 기도하기까지의 문턱입니다. 바쁜 일상, 피로, 게으름, 잡념 — 매일 그 문턱을 넘는 것은 결단이 필요한 일이고, 매일기도는 그 결단을 함께 하는 동반자가 되고 싶습니다.

기능 중심에서 역할 중심으로

이 방향 전환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바꾸는가. 기능 목록은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달라지는 건 각 기능이 사용자에게 말을 거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기도 체크인을 완료했을 때 기존에는 "기도 완료! 스트릭 7일 달성!"이라고 했다면, 앞으로는 "함께 기도한 7일째입니다."라고 합니다. 스트릭이 끊겼을 때도 "연속 기록이 초기화되었습니다"가 아니라 "괜찮아요. 오늘 다시 시작하면 돼요."라고 합니다.

게이미피케이션이 아니라 동행. 평가가 아니라 격려. 이 톤의 차이가 서비스 전체의 성격을 바꿉니다.

각 기능의 역할도 재정의했습니다. 기도제목 관리는 "기도 전 준비", 기도 여정은 "기도의 확인", 기도 일기는 "기도 후 성찰", 공동체는 "기도의 동행". 모든 기능이 하나의 질문을 향합니다 — "오늘 기도했나요?"

온보딩: 기능 투어가 아니라 결단의 순간

이 철학이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곳이 온보딩입니다.

기존 온보딩은 회원가입 → 닉네임 입력 → 빈 기도제목 화면 도착이었습니다. 기능 안내도 없고, 동기 부여도 없고, 빈 화면 앞에서 "뭘 해야 하지?" 하다가 이탈하는 구조였죠.

새 온보딩은 네 단계입니다.

첫 번째는 공감입니다. "기도생활, 지금 만족하고 계신가요?" 기도하겠다고 결심하고 작심삼일로 끝난 경험, 기도제목을 적어놓고 까먹은 경험에 공감하면서 시작합니다.

두 번째는 소개입니다. "매일기도는 당신의 기도동역자입니다. 기도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다만 오늘도 주님 앞에 나아가도록 곁에서 함께 걷겠습니다." 기능이 아니라 태도를 소개합니다.

세 번째가 핵심입니다. 사용자가 직접 기도생활 약속을 선언하고, 나만의 결심 한 마디를 적습니다. "매일 시간을 정해 기도하겠습니다", "쉬어가더라도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같은 약속을 체크하고, 자유롭게 다짐을 씁니다. 원하면 이 기록을 이메일로 보관할 수도 있습니다. 이 단계를 "매니페스토"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네 번째는 첫 기도제목 작성입니다. 결단을 바로 행동으로 연결해서, 빈 화면으로 시작하는 일이 없게 합니다.

이 매니페스토는 한 번 쓰고 사라지지 않습니다. 기도 여정 페이지에서 다시 보여주고, 스트릭이 끊겼을 때 리마인드 알림에 본인의 다짐 문구를 함께 보냅니다. "은혜님이 다짐했죠. '매일 아침 10분, 주님 앞에 나아가겠습니다.' 오늘도 함께 나아가요."

랜딩페이지도 같은 방향으로

랜딩페이지도 이 철학에 맞춰 다시 그렸습니다. 기존에는 서비스 내부와 같은 파란색 톤으로 기능을 나열하는 구조였는데, 테라코타 계열의 따뜻한 악센트 컬러를 도입하고, 각 섹션에 손그림 느낌의 일러스트 영역을 배치했습니다.

기능 소개 순서도 바꿨습니다. "기도제목 관리" 대신 "매일의 기도를 기록합니다"로, "중보기도 피드" 대신 "함께 기도하는 사람들"로. 같은 기능인데 말을 거는 방식이 다릅니다.

디자인 시스템 정비

방향을 잡으면서 기술적인 기초도 함께 다졌습니다.

타이포그래피를 정리했습니다. 랜딩페이지에서 11가지 폰트 사이즈가 섞여 있던 것을 Display, Heading, Body, Caption 4단계로 통일했습니다.

전역 배경색을 크림(#FAF9F6)으로 바꾸면서 회색 텍스트의 명도를 전면 재조정했습니다. 크림 위에 연한 회색을 올리니 대비가 부족해서, 49개 파일의 약 750곳을 수정해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색상 관리 구조 자체를 바꿔야겠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CSS 변수 기반의 시맨틱 토큰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text-[#777] 같은 하드코딩 대신 text-muted-foreground 같은 토큰을 쓰도록 약 1,100곳을 전환했습니다. 이제 색상을 바꾸고 싶으면 CSS 변수 한 줄만 수정하면 전체 서비스에 반영됩니다.

카카오 알림톡 연동

철학과 디자인 작업을 마친 뒤, 주 후반에는 실질적인 기능 연동에 집중했습니다.

가장 큰 작업은 카카오 알림톡 도입입니다. 기존에는 웹 푸시와 이메일로만 알림을 보냈는데, 한국 사용자에게는 카카오톡이 가장 자연스러운 알림 채널입니다. 솔라피(Solapi)를 대행사로 선택하고, 네 가지 알림 — 기도 리마인드, 중보기도 알림, 공동체 활동, 부드러운 재방문 유도 — 에 카카오 발송 로직을 연결했습니다.

전화번호 수집은 온보딩 3단계와 알림 설정 페이지 두 곳에서 선택적으로 받습니다. 전화번호를 수집하는 만큼 개인정보처리방침과 이용약관도 현행화했습니다. 솔라피 제3자 제공 고지를 추가하고, 가입 시 약관 동의 체크박스를 필수로 변경했습니다.

실사용 스크린샷으로 UX 다듬기

서비스를 직접 쓰면서 스크린샷을 찍어보니, 만들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였습니다.

기도 목록이 제목만 나열되어 밋밋했습니다. 기도 내용을 미리보기로 보여주는 토글을 추가했습니다. 기본은 두 줄로 접혀 있고, 탭하면 전체 내용이 펼쳐집니다. 기도 목록을 훑어보는 것만으로 "아, 이런 기도를 하고 있었지" 하고 떠올릴 수 있게 됐습니다.

기도 일기에 제목이 없었습니다. 일기를 나중에 목록에서 찾을 때, 날짜와 감정만으로는 어떤 일기인지 구분이 어려웠습니다. 제목 필드를 추가해서 "은혜로운 새벽 기도" 같은 한 줄을 넣을 수 있게 했습니다. 기존 일기와의 호환을 위해 제목은 선택 사항으로 두었습니다.

기도제목을 등록하고 나면 기도 목록으로 돌아갈 뿐이었습니다. 기도를 마친 직후가 일기를 쓰기 가장 좋은 타이밍인데, 그 연결이 없었습니다. 이제 기도제목 등록 후 "오늘의 기도 일기도 써볼까요?" 바텀시트가 나타나서, 자연스럽게 일기로 연결됩니다.

통계 페이지와 여정 페이지가 따로 있었습니다. 둘 다 "내 기도생활 돌아보기"라는 같은 역할인데 분리되어 있으니 왔다갔다해야 했습니다. 여정 페이지 아래에 통계를 통합하고, 바텀 네비게이션 라벨도 "통계"에서 "여정"으로 바꿨습니다.

자정에 일기를 쓰면 어제로 가던 버그

화요일에 발견한 버그입니다. 일기 페이지에서 "오늘 쓰기"를 누르면 월요일 날짜로 이동하는 현상이 있었습니다.

원인은 JavaScript의 new Date().toISOString()이 UTC 기준 날짜를 반환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한국 시간(KST)은 UTC보다 9시간 빠르니까, 자정부터 오전 9시 사이에는 UTC 기준으로 아직 어제입니다. 코드에서 toISOString().split('T')[0]으로 오늘 날짜를 구하고 있었는데, 이 패턴이 클라이언트 5곳, 서버 2곳에 퍼져 있었습니다.

날짜 유틸리티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클라이언트용 toLocalDateStr()은 브라우저의 로컬 타임존을 존중하고, 서버용 toKstDateStr()은 UTC 환경에서 KST로 명시적으로 변환합니다. 7곳 모두 이 유틸리티로 교체했습니다.

작은 버그 같지만, 매일 자정 이후에 기도하는 사용자라면 매일 겪는 문제였을 겁니다. 타임존은 한 번 제대로 잡아두지 않으면 계속 발목을 잡는 종류의 문제라서, 이번에 전수 점검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이번 주를 돌아보며

철학을 정의하고, 그 철학에 맞게 온보딩과 랜딩을 재설계하고, 카카오 알림톡을 연동하고, 실사용 피드백으로 UX를 다듬고, 타임존 버그까지 잡았습니다. "왜 만드는가"부터 "실제로 쓸 때 어떤가"까지, 방향과 디테일 양쪽을 오간 한 주였습니다.

다음은 토스페이먼츠 실거래 키를 연동하고, 카카오 비즈니스 채널 심사가 통과되면 알림톡 템플릿을 등록하는 일이 남아 있습니다. 론칭 준비의 마지막 고개를 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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